내 등급은 몇 등급? 고등학생들이 하루 만에 성적 계산기를 만든 날
2026.08.28 · 대구 · 경북여자고등학교 × 경북대학교

오늘의 교실
대구 경북여자고등학교 컴퓨터실. 방학 중인데도 컴퓨터동아리 학생 열 몇 명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이 동아리가 직접 AI 멘토링을 신청했고, 경북대학교 학생 멘토 네 명이 멘티를 서너 명씩 나눠 맡고 있습니다. 표준 프로그램 내용을 기본으로 하되, 수업 절반은 학생들이 "이거 궁금해요" 하고 가져온 것들로 채우는 방식입니다.
장면 하나
화면에 뜬 첫 슬라이드는 "코딩이 왜 필요할까?"였습니다. 멘토가 칠판 앞에서 컴퓨터의 언어(파이썬, 자바스크립트, C)와 사람의 언어(한국어, 영어)를 나란히 놓고 설명하는 동안, 학생들 모니터에는 이미 AI 채팅창이 열려 있었습니다.

이날의 본론은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던 바이브 코딩 시간이었습니다. 코드를 한 줄씩 외워 치는 대신, 만들고 싶은 것을 말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써 주고, 학생은 결과를 보면서 "여기는 이렇게 바꿔줘" 하고 다시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멘토가 먼저 개념을 설명하고, 학생들은 한국장학재단이 참여 학생에게 제공하는 상용 AI 플랫폼에 접속해 바로 실습에 들어갔습니다. 막히거나 궁금한 게 생기면 멘토가 옆에 와서 설명하고, 학생이 직접 따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흐름입니다.
두 번째 슬라이드에는 "무슨 프로젝트를 개발할까?"라는 질문과 함께 학생들이 낸 아이디어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학교와 학생 생활에서 불편했던 것, 시험 기간에 필요한 것 같은 항목들이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고른 주제는 역시 성적이었습니다. 과목별 점수를 넣으면 내신 등급을 계산해 주는 프로그램. 등급 산출 방식이 바뀌는 시기라 학생들 스스로도 헷갈려하던 것을, 직접 계산기로 만들어 보는 쪽으로 풀었습니다. 학생들이 AI에 던진 요청은 "이 점수면 몇 등급인지 알려주는 프로그램 만들어줘" 같은 한 문장으로 시작했고, 화면에 결과가 뜨면 "과목을 더 추가하고 싶어", "평균도 같이 보여줘" 하는 식으로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대부분이 수업이 끝나기 전에 프로그램 하나씩을 완성했습니다. 사실 이날 제일 당황한 쪽은 멘토들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너무 잘 따라와서 두 시간 분량으로 준비한 수업이 예정보다 훨씬 빨리 끝나 버린 겁니다. 한 멘토가 학생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너무 이해를 잘해서, 다음 시간에 할 내용을 지금 당겨서 해야 할 것 같아요."
당황한 것 같기도 하고 칭찬하는 것 같기도 한 이 한마디가, 이 멘토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멘토링은 회당 두 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재단이 AI 플랫폼을 함께 제공합니다
이 사업의 특징 하나는, 멘토링에 쓰는 AI 플랫폼을 한국장학재단이 직접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이날 접속한 것도 재단이 제공하는 상용 AI 플랫폼이었습니다. 멘토 한 명당 매달 일정량의 사용 크레딧이 부여되고, 멘토는 그 안에서 멘티들과 함께 실습을 진행합니다. 학교가 유료 도구를 따로 계약하거나 학생이 개인 계정을 만들 필요가 없고, 어느 학교에서든 같은 환경에서 같은 실습이 가능합니다. 바이브 코딩처럼 "직접 만들어 보는" 수업이 방학 중 동아리 교실에서 바로 가능했던 것도 이 덕분입니다.
선생님 이야기
경북여고 담당 선생님은 대학생 멘토들을 세심하게 챙기고 있었습니다. 수업 중간에 음료수를 들고 오고, 멘토들이 학생 대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살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학교 담당 선생님이 이렇게 멘토들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 줄 때, 멘토링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점을 보면 좋습니다
- 동아리 단위 신청이 가능합니다. 방학 중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동아리라면 참여 동기가 높아서 멘토링 밀도가 다릅니다.
- 실습에 쓰는 AI 플랫폼은 재단이 제공합니다(멘토 1인당 월 단위 크레딧). 학교나 학생이 별도로 준비할 것은 없습니다.
- 고등학교 프로그램은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의 가치와 책임을 토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바이브 코딩은 그 첫 단계인 "일단 만들어 보기"를 가장 빠르게 경험하게 하는 도구였습니다.
- 멘토 한 명당 멘티 서너 명이면 학생마다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충분히 봐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날처럼 진도가 빨리 나가는 반을 위해 여분의 활동을 한두 개 더 준비해 두면 좋습니다.
- 담당 선생님의 작은 배려가 멘토들에게는 큽니다. 대학생 멘토도 처음 서 보는 교실이니까요.
사진: 학생 뒷모습과 화면 위주로 촬영했으며, 학교와 멘토의 동의를 받아 게시합니다.